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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

[출산] 30시간의 진통, 그리고 제왕절개

by 복슬이집사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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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신생아, 마미톡, 예정일
예정일이 자났는데 왜 나오질 않니

 

출산 예정일을 넘어서도 소식이 없던 우리 아기.

병원에서는 양수가 많이 적다고 하여 자연 진통이 오기까지 계속 기다리는 건 위험하다고 하여 유도분만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촉진제를 맞았지만,
1박 2일, 30여 시간동안 진통을 했지만 생각만큼 진행이 되지 못하였고,
이대로 가다가는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여,
제왕절개 수술로 급하게 결정되었어요.

첫 입원부터 중간 진통과정, 그리고 수술 이후까지 1박 2일의 출산 여정을 남겨보고 싶어서 간단하게 일기로 정리했어요.
저는 진진통도 모두 겪고 수술까지 했기에 좀 힘들게 출산을 한 케이스여서,
어디까지나 이런 사례도 있구나 하면서 참고로 보시면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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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7일 월요일 - 유도분만 시작

 

출산, 유도분만, 입원, 진통

 - 오전 8:30 /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 입원
 - 입원하면서 링거를 손목에 꽂는데 두꺼운 바늘을 꽂아서 생각보다 굉장히 아팠음
 - 출산 3대 굴욕이라 불리는 것 중 2가지, 관장과 내진을 함
 - 대기실에서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나서 신랑 대기실 입장
 - 오전 09:40 / 촉진제 투여 시작
 - 오전 시간동안에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약한 생리통처럼 배가 싸하고 아픈 정도여서 낮잠까지 잠

이 때는 아직 셀카 찍을 정신이 있었다

 - 너무 반응이 없어서 오후부터는 촉진제 양을 90 넘게 늘렸고, 그 때부터는 진통이 시작됨
 - 자궁 수축 수치가 140까지 찍히고 했지만 자궁문은 1센치 밖에 안 열림
 - 오후 6시까지 진척되는 바가 없어서 촉진제 투여를 중단하고 병원 입원실에서 하루 머무르기로 함
 - 촉진제 투여 때문인지 자는 동안에도 진통이 있어서 잠을 설침

 


■ 8월 8일 화요일(1) - 유도분만 계속 시도

유도분만 이틀째. 다시 시작

 - 오전 06:00 / 다시 촉진제 투여 시작 
 - 통증의 정도나 빈도, 강도가 어제와는 확연하게 달라짐
 - 배를 압축기 같은 걸로 쥐어 짜내는 느낌이 심하게 들었고, 대기실에 여러 산모들과 신랑들이 있었기에, 앓는 소리를 최대한 참느라 오만상을 다 찌푸리면서 버팀
 -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전기 패치 여러개를 한 곳에 집중해서 붙여서 최대치로 트는 것 같은 통증의 열배 이상의 고통
 - 오전 11시부터는 진심 숨도 못 쉬겠고 곡소리를 안 낼수 없는 수준의 어마무시한 고통이 시작됨
 -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었고, 나름 고통을 잘 참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이건 참을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음
 - 단순히 배가 아픈게 아니라 배의 통증과 더불어 자궁 장기의 통증이 추가로 더해지고, 거기에 미칠듯한 허리의 통증과 골반뼈의 통증, 인근 뼈들의 통증까지 더해짐
 - '그냥 제왕절개 해달라고 할까'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어제부터 시도했던 유도분만이 아까워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참음
 - 한번 통증이 찾아오면 40초에서 1분 정도 지속되고, 이런 고통이 1-2분 간격으로 찾아옴
 - 이 정도로 아픈거면 자궁문이 좀 열리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는데, 내진 결과 2센치에 불과하여 크게 좌절함
 - 여기서부터는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그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견딜 의지가 상실되어 감
 - 하다못해 무통주사라도 맞으면 버티겠는데, 무통주사를 맞으려면 4센치는 열려야 하는데 이제 고작 2센치였음
 - 1분 1초가 지옥이었고 빨리 이 상황을 끝내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지만, 지금까지 한게 억울해서 조금 더 버팀
 - 진통이 너무 심해서 진통을 버티다가 잠깐 사라지면 그동안 기절해서 자다가 다시 진통이 오면 버티다가 기절하고를 수백 번은 반복한 듯
 - 오후 4시까지 이 악물고 눈물 흘리면서 버텼지만 내진 결과 2.5센치. 모든게 무너졌다.
 - 이틀동안 유도분만을 시도하면서 두 번의 관장과 수십 번의 내진을 한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 때는 그냥 이 통증에서 제발 벗어나게 해달라는 마음 뿐이었음
 - 더이상 진행하는건 산모나 아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제왕절개 수술 결정

 


■ 8월 8일 화요일(2) - 제왕절개 수술
 - 수술이 결정되자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준비를 함
 - 3대 굴욕 중 마지막 하나인 '제모'를 했으며 항생제 알러지 테스트를 진행함
 - 다 준비되면 수술실로 걸어서 이동함
 - 수술실은 추웠고 침대가 의외로 작았음
 - 수술대에 오르면 가장 먼저 하반신 마취를 진행하며,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서 등을 최대한 굽히는 자세를 하고, 척추에 주사를 맞음
   (이미 진진통에 시달렸던 터라, 이런 주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음)
 - 마취주사가 들어가면 뜨끈한 느낌이 왼쪽 다리부터 퍼지더니 양 다리에 감각이 둔해졌고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됨
 - 수술할 때 처음부터 수면마취를 하거나, 혹은 아이를 꺼내고 나서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은 후자를 많이 선택함
 - 수술 전 마취가 잘 되었는지 날카로운 핀셋으로 배를 꼬집는 테스트를 하는데, 테스트 언제 한 줄도 모를 정도로 아무 느낌이 없음
 - 수술이 시작되면 마취의가 내 머리맡에서 계속 안심시키기 위해 여러 이야기를 해줌
 - 한 10분 정도 지나고 나면 몸이 좌우로 덜컹덜컹 흔들리며, 이윽고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됨
 - 수술실이 춥기 때문에 아기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5-7초가 전부여서 한마디 정도 할 수 있음
 - 오후 4시 51분, 아기는 3.03kg, 53cm로 무사히 탄생

아기, 출산, 신생아, 제왕절개, 유도분만
무사히 나온 우리 아기. 반가워~


■ 8월 8일 화요일(3) - 제왕절개 수술 이후
 - 아기를 꺼내고 나면 배 봉합을 위해 바로 수면마취에 들어가며 정신을 잃게 됨
 - 모든 수술이 끝나면 간호사들이 억지로 깨우는데, 그 때 몸이 심하게 떨림 (수술실이 추워서 그렇다고 함)
 - 딱히 추워서가 아닌거 같은데도 몸은 계속해서 떨렸고 뭔가 메슥거리는 느낌이 심하게 들면서 토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이 됨
 - 토할거 같다고 하니 간호사가 약물을 투여했고 여전히 메슥거렸으나 그래도 참을만은 했음
 - 그렇게 계속해서 간호사들이 잠에 들지말라고 깨우면서 입원실로 이동했고, 여러 명의 간호사가 들어서 침대로 옮김
 - 2시간 동안은 절대 잠에 들면 안된다고 해서 억지로 깨어 있는데, 몸은 떨리고 울렁거려서 버티는 게 좀 힘들었음
 - 속이 심하게 울렁거리는게 페인버스터 때문이라고 해서, 2시간 동안 페인버스터를 끔
 - 2시간 이후 수술 부위 통증이 시작되어 다시 페인버스터를 켰고, 이후에도 새벽동안 두 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자궁수축 주사를 맞음
 - 그래서 수술 날은 잠을 제대로 못 잠

총 5박 6일을 보낸 병원 입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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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친 힘든 출산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건강하게 세상 빛을 본 아기를 보니 너무 좋았어요.

 

출산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를 두고

뭐가 더 좋은지 싸우는 글들이 많은데요.

자연분만까지는 아니지만 진진통을 겪어보고 수술도 한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굉장히 산모들에게 있어서는 힘든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한 상태로 출산을 마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출산하시는 모든 산모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